신은주의 밀레니얼 탐방기 (4)

 

대학생 아들이 거실에서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채 한시간째 소위 명품이라는 스니커즈를 앞에 놓고 씨름을 하고 있다. 면봉과 이쑤시게 등으로 신발끈 구멍과 바닥까지 닦고 있는 것이다.

“짝퉁 아냐? 신발을 뭘 그렇게까지 닦아?”

아들의 무뚝뚝한 대답이 이어진다. 

“난 짝퉁 취급 안해! 내 스타일 아니라 다시 팔려고 닦는거야.”

'내가 주는 용돈은 뻔한데, 무슨 돈으로 명품을 샀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남이 신던 신발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동시에 들었다. 

들어보니 아들은 생일 선물로 받은 후디를 팔아 스페셜 에디션 스니커즈를 사고, 그 스니커즈의 가치가 최고조일때  다시 팔아 지금의 스니커즈를 샀다고 한다. 재테크라고 생각하면 250%의 자산 증식이다.

심지어 아들은 원하는 종종 한정판 신발이나 후디를 사기 위해 가족을 클릭받이용으로 동원하기도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명품 매출증가율은 23.42% 증가했다. 이같은 매출상승을 견인하는 주체가 MZ세대라 불리는 1020이다.

돈이 있어도 못 산다는 초고가의 시계나 가방 정도는 아니지만, 의류와 신발 잡화에서의 1020의 파워는 매출의 규모와 트렌드 영향력에 모두에서 커지고 있다.

비판적으로 보면, 경제능력 없이 명품을 추구하는 게 철없는 허세로 보이기도 하고 부모들이 오냐오냐 해서 아이들을 망쳐 놨다고 여겨질 수 도 있다.

이같은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명품 브랜드를 대하는 인식의 차이가 기존 세대와 다르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엔 명품이 '부티'의 의미였다면, 이들에게 명품은 '힙(멋짐)' 함이다.

여기에서의 ‘힙함’은 패션적 의미도 있지만, “그냥 이뻐서 샀어”라고 말하는 ‘쿨함’도 내포하고 있는데, 작년까지도 자주 쓰였던 플렉스라는 단어도 명품의 소비와 함께 많이 쓰여진 단어이다. 명품 쇼핑 플랫폼의 구매 후의 후기등을 보면 비싼걸 사서 뿌듯한 만족보다 원하는 패션이나 스타일을 구현하여 뿌듯한 감정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 전세계 명품 브랜드 하우스의 뮤즈나 앰버서더가 젋은 세대가 열광하는 셀럽이나 아티스트로 바뀌고 있다. 인간 샤넬, 인간 크리스챤 디올, 인간 구찌라는 타이틀까지 붙어 있는 이들은 명품을 럭셔리의 좌표에서 스타일과 핫함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이 세대들이 모든 면에서 쉽게 지갑을 열까? 그렇지는 않다.

식품, 생필품은 철저히 가성비를 따지고 지하철을 몇번 갈아타고 지방까지 내려가는 수고를 감수해가며 가장 저렴한 중고를 찾는다. 쿠폰과 포인트도 깨알 같이 사용한다.

아낄 수 있는 건 철저하게 아껴 돈의 가치를 그 어느 세대보다 중요시 여긴다.

 

 

이런 세대에게 명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 세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재판매(리세일) 시장의 존재다. 매우 활성화 되어있고 활발하다.

재판매 플랫폼은 해마다 성장 중이어서 각종 패션 플랫폼은 재판매 플랫폼을 같이 런칭할 정도이다. 그리고,  SNS를 조금만 뒤지면 플랫폼의 수수료 없이도 원하는 걸 주고 받을 수 있는 매칭이 가능하다.

이렇다보니 명품을 사면서도 재판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100만원 짜리 신발은 나중에 다시 팔면 적어도 70만원은 받을 수 있으니 체감 가격은 30만원 정도이다. 특히 열심히 클릭해 스페셜 에디션이라도 획득한 경우는 원래 가격의 몇배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다시 팔 수 있다. 물론 그런 스페셜 에디션은 재판매만을 위해 구매하기도 한다.

덕분에 명품은 감가상각률 적은 투자 겸 소비가 된다.

 

명품의 온라인 판매 등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직구 등으로 할인의 가능성이 있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명품의 온라인 판매 등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직구 등으로 할인의 가능성이 있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백화점이나 명품 매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했던 제품들이 온라인판매 등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유통단계의 파괴나 직구로 할인의 가능성이 있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이다. 또 명품 브랜드들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의  엔트리 아이템들을 만들어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그럼에도,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면)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와 명품 자랑, 그리고 그걸 사기 위해 다른 것들을 눈물겹게 포기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든 허세처럼 여겨진다. 분수에 맞는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고 소비와 소득의 증가에 따른 적정한 제품과 브랜드의 구매를 의식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를 보면 '하울(haul)'이라는 단어를 접할 수 있다. 사전적 의미는 흥청망청, 사치 부리기 등의 뜻이 있다. 명품 등을 언박싱 하며 새 상품을 뜯는 설레임과 두근거림 그리고 인상과 제품 후기 등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많은데, 댓글들을 보면 ‘과소비의 부추김’ 이라며 같은 세대라도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 댓글에 어떤 친구가 한 마디를 달았다. 

“내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나를 설레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에 투자하고 추구하는 것이, 과연 비난받을 일일까? 

강이나 산에 돌아다닐 법한 돌멩이 같은 걸 돈 주고 사는 우리 아빠도 있는데”

맞는 말이다.

 

데이터 프로젝트는 아래와 같이 수집한 랜덤 텍스트 데이터 기반으로 진행

[분석대상 데이터]: 스니커테크, 신발리셀, 리셀시장 키워드 검색 콘텐츠 중 리뷰 데이터 

[데이터 수집 기간]  2,458개 , 2021년 07월 12일 - 07월 15일 기준

[분석 솔루션 툴]: 루미노소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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