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주의 밀레니얼 탐방기(8)

 

기업들이 MZ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세대의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MZ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세대의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혹시 ‘김갑생할머니김’을 아시나요? 

이름만 들으면 무형문화재급 장인이나 명장의 느낌이 든다. 출시하자마자 품절돼 예약판매까지 하고 김을 사지 못한 사람들이  “김겟팅(김 구매)에 실패 했다”고 할 만큼 화제란다. 

가상기업 김갑생할머니김이 김 제조사와 콜라보 해 출시한 김 제품 

김이 얼마나 맛있길래 싶어 알아보니 진짜 김이 아닌 가상의 기업이름이었다. 유튜브 채널인 '피식대학'의 인기코너 ‘B대면 데이트’에 등장하는 가상의 기업 이름이 바로 ‘김갑생할머니김’이고 구독자들의 요청에 김 제조사인 성경식품과 협업해 제품까지 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라? 가상의 기업이라더니 김갑생할머니김의 미래전략실 본부장이라는 이호창 본부장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다. 

게다가 공채 홍보 영상도 있는데 채용 기준에 ‘김씨’ 우대하는 할당제를 도입한다는 소위 ‘어그로’,  노이즈성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했다.

김갑생할머니김은 김씨를 우대한다는 재치 있는 채용공고를 내 관심을 끌었다. 
김갑생할머니김은 김씨를 우대한다는 재치 있는 채용공고를 내 관심을 끌었다. 

알고 봤더니 ‘이호창 본부장’은 개그맨 이창호의 부캐(컨셉에 맞춰 만든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게다가 개그맨 이창호는 이 외에도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아저씨’, 천년돌 매드몬스터의 멤버 ‘제이호’ 등 다양한 부캐를 갖고 있었다. 

“매드몬스터는 실제로 활동하며 음원차트 상위권까지 차지했고요, 매드몬스터와 콜라보 한 스노우 필터도 있고 카카오톡 이모티콘까지 출시됐어요.”

그런 것도 아직 모르냐며 되묻는 직원을 보니 갑자기, 정말 갑자기 세상 돌아가는 것에 눈감은 늙다리가 된 기분이다.

부캐 부자인 개그맨 이창호의 다양한 캐릭터들  
부캐 부자인 개그맨 이창호의 다양한 캐릭터들  

 

이런 기분은 편의점에 가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나 제품은 짧은 시간에 목표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직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들은  “당신은 대상이 아니니 고르지마”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처럼 알 수 없는 문화와 새로운 단어를 담고 있다. 

한 라면회사가 내놓은 컵라면 게이머즈컵 힐러 고기짬뽕이이 좋은 예다.
처음 봤을 때 힐러라는 게임과 콜라보 한 제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게이머를 위해 맛과 영양을 보강해 출시한 라면이었다. 

오뚜기의 고기짬뽕 힐러와 삼성화재가 콜라보로 선보인 음료수 MDTI
오뚜기의 고기짬뽕 힐러와 삼성화재가 콜라보로 선보인 음료수 MDTI

지난해에는 에너지 드링크 ‘존버나이트’가 출시되기도 했는데, 욕설을 떠올리게 하는 ‘존버(끝까지 버틴다)’란 은어가 제품이름에 쓰였다는 점에서 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최근 삼성화재와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MDTI (MBTI를 응용한 MY DRINK TYPE INDICATOR) 음료는 채팅장에서 통할 법한 약어나 의성어로 제품 이름을 정했다. 쉽게 집을 수도 없을 뿐더러, 궁금해서 제품을 살봐도 그 의미를 해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마치 외국에 가서 처음 보는 브랜드들 사이에서 우유나 요거트 하나를 고르는 게 어렵고 낮선 것처럼.

우리가 제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제품이나 브랜드가 자기랑 안 맞는 사람을 걸러 보내는 느낌이랄까? 

모든 시장에서 MZ세대가 중심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이들이 소비 문화를 견인하고 있으니 기업들은 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린다. 

게다가 MZ세대는 개성과 색다른 경험을 중요시하고 선택의 기준이 철저히 개인화 되다 보니, 브랜드나 상품의 아이디어 역시 문화와 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예쁘고, 다양하고, 세련됨을 넘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문화를 담은 상품들의 비중이 갈수록 많아지고, 컨셉 과잉의 제품들 속에서 어리둥절하며 익숙한 브랜드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주요 소비자에서 멀어진 변방의 소비자가 된 것 같은 소외감 같은 게 느껴진다.

세상이 변화하는 중심에 MZ세대가 있기 때문이라는데 문득 세상이 너무 그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
아무리 소비와 트렌드의 중심이 MZ중심이라고 해도 너무 MZ하다.

기성세대의 소비가 좀 더 보수적이고 브랜드 스위칭에 수동적일 지 몰라도 기성세대도 감성이 있고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그 속도나 다양성, 개성의 정도와 깊이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더 새롭고 매력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전 세대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기업들도 기성세대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다양하고 즐거운 시도들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제품이나 브랜드를 만들지 못해도 우리가 새로운 컨셉과 제품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 해 주길 바란다. 

현재 기성세대는 기업과 MZ 세대 사이에서 패싱 당하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그냥 오늘 MZ세상의 중심에서 아주 소심한 꼰대적 발상을 주장해 본다.

신은주 헤일로에이트 대표
신은주 헤일로에이트 대표

신은주 헤일로에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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