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재무부 장관 '반도체·배터리 동맹 강화' 역설
한-미 협력에 시스템반도체·배터리 수혜 기대
전방산업 중국과 교역비중 높아 보복 우려도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메시지를 발표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사진: LG화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메시지를 발표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사진: LG화학]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미국이 '프렌드쇼어링'을 내걸고 중국을 제외한 동맹국 간 협력 강조에 K반도체와 K배터리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과 협력 강화로 현지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이점이 있지만 중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기업은 경제보복을 배제하기 어려워서다.

방한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19일 LG화학을 방문해 미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제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등의 에너지·자원 무기화 등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옐런 장관은 "러-우크라 전쟁은 신속히 끝내야 한다. 미국과 책임감 있는 동맹은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얻는 이익을 줄이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러시아 원유 수출 가격 인상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프렌드쇼어링(Friend-showring)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프렌드쇼어링은 관계를 공고히 하고 다변화하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교역을 강화하고 각 국가가 지정학적·경제적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배터리뿐 아니라 반도체도 포함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경제적으로 대립 중인 중국을 향한 작심 발언도 쏟아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은 특정 재료, 물질, 제조환경에서 지배적인 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불합리한 시장 질서를 도입하고 있다. 공급망에서 특정 국가의 지배력이 올라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인도·태평양 구축을 위해 굳건한 의지가 필요하며,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지속적으로 더욱 강력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옐런 장관의 LG화학 방문과 중국 관련 발언은 반도체·배터리 핵심 생산 국가인 한국을 포섭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국가 안보 산업의 공급망을 동맹국끼리 구축해 중국 등을 배제하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방문하고, 옐런 장관이 LG화학을 방문하는 등 국내 기업을 먼저 방문, 정부와 민간 부문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다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공식 출범했다. 지난 3월엔 한국, 대만, 일본 등 관련국과 함께 반도체 협력 확대 및 강화를 위한 기술동맹인 '칩4(영어 약칭 Fab 4)'를 제안, 한국의 참가 여부를 답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제2파운드리를 건설할 테일러시 부지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제2파운드리를 건설할 테일러시 부지 [사진: 삼성전자] 

미국과의 협력이 강화되면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파란불이 켜진다. 특히 국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 파운드리사업부는 미국 고객사 매출 의존도가 높다.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 생태계가 약하고 CPU, GPU,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미국 등이 주도하는 첨단 반도체 수주 비중이 높다. 바꿔 말하면, 미국과 협력이 강화될수록 주력해온 고객사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기존 선단 공정 부문 수주 협력이 유지하면서 소속된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의 활동 반경이 넓어져 신규 팹리스 고객사 유치 기회도 늘어나게 된다.

배터리 부문은 배터리 셀 업체와 소재, 장비 업체 등 업계 전반이 신시장 개척에 따른 수혜를 볼 전망이다.

북미에는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를 비롯해 전동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완성차 고객사들이 즐비한 거대 시장이다.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유럽의 핵심 완성차 업체도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전기차 부품의 핵심인 배터리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미국, 캐나다에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짓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업체는 자체 공장 증설도 예고한 상황이다.

이들의 소재 협력사 역시 대부분 국내 업체다. 양극재 소재 부문에서는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LG화학, 포스코케미칼 등이 미국 진출을 가시화했다. 포스코케미칼은 GM을 향한 음극재 공급을 위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음극재 소재 부문에서는 동박 업체인 SK넥실리스, 솔루스첨단소재, 일진머티리얼즈가 이미 미국 진출을 진행했거나 시장 진입을 고려 중이다. 전해액을 다루는 엔켐은 지난해 미국 공장 가동에 나섰고,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올해 하반기 미국 테네시 공장 착공에 돌입한다.

부품·장비 업체들 수혜도 기대된다. 원방테크는 지난 5월 SK온-포드 합작법인에 투입할 드라이룸을 600억 규모로 수주했고, 자동화설비 업체인 코윈테크도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의 수주를 받는 등 진출 영역을 넓혔다. 지아이텍, 나라엠앤디, 상신이디피, 신성델타테크 등 부품 업체 공급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사진: SK하이닉스]

그러나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주는 부담 역시 적지 않다. 우리나라 업계의 대중국 수출·수입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부문의 대중국 수출입 비중은 4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도 중국 시안, 쑤저우, 우지, 다롄 등에 위치해 있다. 수출과 생산 모두가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중견·중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점도 부담이다. 메모리반도체용 전·후공정 장비 업체가 중국 기업과 장비 수주 계약을 맺고 납품을 진행 중인데, 칩4동맹 참가나 미국의 견제 행보의 협력 여부에 따라 향후 매출 전망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따른 영향이 즉각 시장에서 나타나진 않겠지만,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아 생존 여부가 갈리는 장비 업체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원료 공급망도 걱정거리다. 우리나라 배터리 핵심 소재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들여온다. 만일 중국이 견제를 시작한다면 배터리 생산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른 시일 안에 원료 공급망 다변화도 쉽지 않다.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와 남미 등 자원부국의 리튬, 코발트 등 광산 개발권을 손에 쥐고 있다. 자원 확보를 위한 폐배터리 재활용, 재사용 시장 개화 시점도 2025년 중반 이후로 먼 미래다.

미국은 지금  노골적인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싸움에 우리 기업들은 '새우등'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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