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악재 견뎌 낸 K배터리 하반기 실적 기대감 커져
전기차 부품난 점차 해소되고 신차 출시 맞물려 물량 확대

전기차 배터리팩 [사진: 셔터스톡]
전기차 배터리팩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상반기 어려움을 겪었던 K배터리가 하반기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부품난이 점차 해소되고 신차 출시까지 맞물리면서 먹구름이 걷힐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책 드라이브에 따른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중국 배터리 공급망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 전기차 공급망을 확대하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12일 하원을 통과,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되면 K배터리의 상대적 수혜가 예상된다.

"상반기 덮친 중국·반도체 수급 악재 하반기엔 걷힌다"

상반기 배터리 업계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주요 도시 봉쇄로 일부 전기차 업체 판매물량이 줄었고, 원자잿 가격 인상에 따른 판가 연동 적용 시점과 비연동 소재 가격 상승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지속된 배터리 출하량 증가세로 매출이 늘었지만 수익성은 대체로 저조했다는 평가다.

국내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도시 봉쇄 영향을 크게 받았다. 유럽쪽 전기차 고객사들의 차량 인도가 더뎌지는 가운데, 테슬라 중국 상하이 공장 봉쇄로 생산 차질이 생기면서 배터리 출하량이 감소했다. 여기에 직전 분기 발생한 러-우크라 전쟁에 따른 원재료 가격 인상분의 판가 적용 시점 차이가 실적 하락세를 부추겼다.

대외 악재의 타격을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은 오히려 연간 매출 목표를 기존 19조2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악재 요인이었던 중국 봉쇄 및 반도체 수급 이슈가 완화되면서 이연 수주가 실현되고, 고객사 신모델 출시까지 겹쳐 매출 증가에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해외 공장 초기 가동에 따른 수율 저조 등의 영향을 받던 SK온도 하반기 반등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 조지아주 1공장과 헝가리 2공장의 수율 안정화 작업이 이어진 가운데, 고객사인 폭스바겐이 전기차 ID.4를 하반기 미국 현지 생산키로 하면서 배터리 보급 물량이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상반기 견조한 실적을 내놓으며 성장세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하반기에도 하이니켈 배터리 수요와 수익성 중심 기조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플레 감축법안' 처리 후 기자회견하는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AFP=연합뉴스]
'인플레 감축법안' 처리 후 기자회견하는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AFP=연합뉴스]

'美 상원 통과'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기대감 커져

미국 시장의 강한 전기차 전환 드라이브도 배터리 업계의 힘을 싣고 있다. 당초 북미 시장은 K배터리 업체의 대규모 투자가 예고된 시장이다. 이 가운데 중국을 직접 견제하는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수혜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3690억 달러(약 479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은 상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 온 법안 '더 나은 재건(BBB)'를 축소 수정해 만들었다.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하기 위해 369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재원 마련 차원에서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는 미국 중심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위한 조항이 여럿 포함돼 있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의 현지화율을 높이는 한편, 배터리 소재 역시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만 조달해야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조항을 지켜야만 전기차 구매자에게 지원하는 7500달러 세액 공제 조건을 달성할 수 있다.

해당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효되면 중국 배터리 셀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입이 상당히 어려워진다. 중국산 전기차가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중국 CATL 등 배터리 업체가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더라도 자국산 원료를 쓸 수 없다.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고객사를 찾는 중국 업체의 전략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배터리 양극재 [사진: LG화학]
배터리 양극재 [사진: LG화학]

원자재·부품 수급 다변화 쉽지않아...전기차 보급 차질 빚을 수도

문제는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가 발효 시점까지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느냐다. 법안 발효 시 내년부터 해당 조항이 적용되는데, 당장 미국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테슬라 등 조차도 중국의 원재료 공급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폭스바겐과 토요타, 현대차그룹 등도 마찬가지다. 원재료 공급망 다각화 대안이 발효 전에 나오지 못하면 오히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

중국은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리튬의 60%가 중국에서 가공·처리되며, 양·음극재 생산 비중도 70%를 넘는다. 전 세계 광물 자원 개발권을 사들여 원자재 공급망을 독과점해온 결과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올해 상반기 중국산 수입 비중은 전구체가 91.8%, 양극활물질이 96.7%다. 음극재용 인조흑연도 91%에 달한다.

국내 업체들은 호주 등에서 리튬 원료를 장기 공급 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공급 시점이 2024~2025년부터 시작되거나 수입량이 중국에 비할바가 못된다. 법안 발효 시점에 맞춰 공급처확대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장 미국향 수출 비중이 높지 않아 발효 직전의 소재 수입 의존도는 문제가 안되지만, 장기적으로 비율이 증가하는 만큼 소재 업체 등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 7500달러의 절반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핵심 원료를 미국 현지 혹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2024년 40%, 2026년 80%를 조달해야 한다. 나머지 반액은 북미에서 제조되는 부품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다. 2028년 100%까지 확대되면 미국 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는 기대보다 더뎌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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