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이정문 화백이 그린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라는 카툰이 새삼 회자되었다. 지금으로부터 50년도 더 이전에 그린 미래의 상상도인데 놀라울 만큼 현재를 잘 묘사하고 있다. 공해가 없는 전기 자동차, 일반인의 우주여행, 컴퓨터, 태양열 주택, 청소로봇, 원격수업, 움직이는 길, 비대면 진료, 스마트폰 등장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2020년을 묘사하고 있다.

미래의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린 것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화백은 열거된 내용들을 구현하는 기반 기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한 기술들이 나오기 한참 이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화가적 호기심이 50년을 뛰어넘는 예언의 적중으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한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
김동철 베스핀글로벌 고문.

그림이 그려진 당시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12년이 지난 시절이라 아직도 전쟁의 상처가 상당히 많이 남아 있는 시절이었다. 청계천에는 전쟁난민들이 목재로 집을 짓고 살았으며, 지금의 잠실에는 서울시민들이 피서를 즐기던 백사장이 있었다. 서울에는 아직도 10환이라고 쓰여진 지폐가 통용되고 있었고, 고종이 도입한 전차가 남대문에서 홍릉사이를 운행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이공계 대학이 확산되기 이전이므로 컴퓨터라는 이름 조차도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필자도 미국이 달탐사를 하는 중계를 흑백TV로 봤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1970년대 중반까지도 은행은 전산화가 안되어서 통장을 수기로 작성하였으며, 어려운 한자를 모르면 인출도 불가하고, 게다가 다른 동네의 지점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지금의 생각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지만, 당시에는 저금 운동이 들불처럼 일었던 지라 은행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이정문 화백을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끝없는 호기심을 갖고 있는 분이었으며, 뭔가가 떠오르면 바로바로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첨단 산업의 동향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빅데이터는 사실 상대적인 것이라 이정문 화백 입장에서는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메모로 적어 놓으면 바로 그것이 빅데이터인 것이다. 몸소 실천하고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분야의 기술은 단지 이름이 다른 것 뿐일 수도 있다.

화가의 그림속에는 원격으로 진료를 하는 부분이 묘사되어 있다. 당시에 생활이 어려웠던 이정문 화백은 의사선생님을 비싸게 왕진을 모시는 것이 부담이 되어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현실에서 보자면 높은 의료비용은 국가차원의 건강보험으로 해결이 된 셈이다. 의사 선생님의 왕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비대면의 요구 때문에 원격진료로 현실화되었다. 

현재의 기술은 병원 예약부터 핀테크를 이용한 비용의 지불, 보험 서류의 자동 처리, 처방전의 전자화 등의 일련의 병원 프로세스가 하나의 스마트폰 앱에서 처리된다. 돌아오긴 했지만 결국 화가의 상상력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방과 전쟁 이후 한국의 위상은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였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구두를 닦으며 생계를 이어야 했던 어린 화가는 4차산업 기술을 선도하는 세상을 꿈꿨고 그려냈다. 한강의 기적을 몸으로 느끼며, 현재는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를 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본인이 디자인한 세상 아닌가?

젊은 이들은 거꾸로 과거를 상상할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우리가 지난 50년간 겪어온 변화는 실로 엄청나다. 앞으로 50년간 겪을 변화에 비해서 결코 작지 않다. 지금부터의 변화는 기술의 정체로 한동안 멈춰 있을지도 모른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사는 세대들은 큰 그림을 보기를 꺼린다.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컴퓨터게임은  오락을 넘어서 삶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속에 영원히 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한 젊은이들이 화가가 되어 50년전을 그려본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다. 무슨 이유로 기술이 개발되었는지를 아는 좋은 훈련이 될 것이다. 일제 침략이나 한국전쟁을 게임 정도로 생각한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역사학자들은 과거를 그리는데 역사적 자료를 이용한다. 젊은이들은 같은 일을 하는데 그들만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고도화되면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소통에 문제가 없는 세상이 된다. 인공지능은 상황적 인지능력까지는 도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대화의 맥락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어를 공부해서 직접 소통하는 경우에는 대화와 숨은 의미가 함께 소통이 된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외국어 습득능력은 떨어뜨리겠지만 거꾸로 상황을 파악하려는 상상력을 연마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에 의한 상상력은 낮은 수준의 직관에 의지하므로 데이터를 모으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내는 작가의 상상력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작가는 평생동안 자신의 상상력으로 미래를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한다. 경험하지 않은 과거의 10년을 그려볼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10년 후의 미래도 내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거꾸로 엔지니어링 해본다면 역사학자들이 만들어내는 과거와는 색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은 우주의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과거를 만들어 내는데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 경쟁력의 시작은 가지고 있는 자원보다는 상상력에 기반한 기술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바이다. 그리고 상상력은 제도권의 교육에서 보완해야할 과제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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