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영 지란지교 CDO, 모든 계열사들 B2B SaaS로 사업 전환 모델 주도
일본 이어 미국 시장도 B2B SaaS로 노크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1세대 벤처 경영인으로 30개 가까운 계열사를 거느린 소프트웨어(SW) 기업 지란지교를 이끄는 오치영 지란지교 CDO(Chief Dream Officer)가 다음 10년의 키워드로 구독 기반 B2B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던졌다.

그냥 화두를 던지는 수준은 일찌감치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지란지교소프트 등 지란지교 관계사들은 B2B SaaS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재편을 본격화했다. 이를 위한 그룹 차원 조직 개편도 마무리했다. 오 CDO는 B2B SaaS에 대해 "소프트웨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며 B2B SaaS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을 리드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오치영 지란지교 CDO.
오치영 지란지교 CDO.

기업과 공공기관들을 상대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많이 팔던 회사에게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서의 성격을 모두 가진 SaaS는 예전과는 다른 DNA가 요구되는 경기장이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안정적인 서비스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SaaS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B2B SaaS가 갖는 중량감은 커졌지만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B2B SaaS 시장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럼에도 오 CDO는 B2B SaaS가 지란지교가 해볼 만한 베팅이라고 자신한다. 서비스 사업에 맞는 DNA를 가진 개발 문화가 이미 있고, 타깃 시장도 경쟁사들과 다르게 가져가는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게 오 CDO 생각이다. B2B SaaS로 다음 10년을 준비 중인 오치영 CDO를 만났다.

-왜 B2B SaaS를 향후 성장의 키워드로 선택했나.

"지란지교소프트는 창업 이후까지 시스템 통합(SI)형 프로젝트와는 거리를 둬왔다. 반제품 성격인 솔루션을 거쳐 표준화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데 주력했다. 패키지와 마찬가지로 많은 수정 없이 제공되는 SaaS는 그동안 지란지교가 해왔던 비즈니스 스타일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란지교는 SaaS를 좋아하는 DNA를 갖고 있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 환경도 무르익고 있다. 지금까지 중소 기업들은 B2B SaaS를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초를 기점으로 분위기는 바뀌었다. 중소기업들도 SaaS를 쓸 수 있는 환경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도 이같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란지교 관계사들에 걸쳐 B2B SaaS 전략은 어떻게 추진되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지란지교소프트가 업무 생산성 지원 SaaS로 선봉에 설 것이다. 메신저, 나모 에디터를 통한 지식 공유, 근로시간관리솔루션 '오피스 밸런스' 등을 통해 기업내 커뮤니케이션과 공유 환경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B2B SaaS 사업을 위한 발판을 이미 마련했다. 그전부터 이미  기업 생산성 소프트웨어인 오피스키퍼 제품군을 SaaS로 판매해왔다. 지금은 무게 중심을 SaaS로 옮기는 과정에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지란지교소프트 지배구조를 바꾼데 이어 조직도 B2B SaaS에 맞게 개편했다. 세대 교체도 마무리했다. 이제 회사가 매우 젊어졌다. 자신감도 생긴다.

지란지교소프트 외 계열사들도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방향은 모두 B2B SaaS다. 보안 자회사인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하다 B2B SaaS로 전환하기 시작하는 단계다. 중소기업으로 영업망을 확장하면서 온프레미스(직접 구축하는 방식) 대신 SaaS를 제공할 것이다. 학교는 지란지교컴즈, 글로벌 시장은 지란재팬을 중심으로 B2B SaaS를 강화해 나가게 된다."

-B2B SaaS를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거대 기업들도 SaaS 시장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란지교 B2B SaaS 사업은 50명 이상 '보통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보통 기업은 테크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기업들을 내부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이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B2B SaaS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지란지교소프트가 B2B SaaS 시장에 제시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는 무엇인가? 

"50명 이상 150명 이하 보통 기업들 중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슬랙 같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도입한 곳은 많지 않다. 비용도 부담이지만 이것저것 바꿔야할 것들도 많다. 여기에 우리 장점이 있다. 보통 기업들이 학습을 많이 하거나 프로세스를 확 바꾸지 않고서도 쓸 수 있는 솔루션을 저렴하게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소프트웨어라는게 10명이 쓸 때와 50명이 쓸 때는 다르다. 보통 기업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제대로 긁어주면서 보통 기업 고객수를 100만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일정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으면 B2B SaaS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해야 규모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시장 전략은 관계사들마다 다를 것이다. 글로벌 퍼스트로 가는 제품도 있을 것이고, 한국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있을 것이다. 지란지교소프트처럼 보통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전략은 한국에서 기반을 다진 후 일본 정도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에서 통할 모델은 아니라고 본다. 반면 안티 바이러스 SaaS를 제공하는 엑소스피어는 타깃이 기본적으로 글로벌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처음 시작하는 기업들이 먼저 선택하는 안티 바이러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다이렉트 클라우드의 경우 일본에 최적화돼 있다. 지금도 일본에서 매년 두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성과 측면에서 보면 다이렉트 클라우드는 지란지교 패밀리 전체에 걸쳐 가장 잘나가는 SaaS다." 

-다이렉트 클라우드가 일본에서 선전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본 기업 고객들은 글로벌 업체 제품을 선호하면서도 일본 현지 사정에 맞춰주는 솔루션을 좋아한다. 드롭박스나 박스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스토리지 업체들은 일본 기업들이 요구하는 디테일을 효과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지 일본 업체들은 세련미와 참신함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다이렉트 클라우드가 이 부분을 잘 파고들었다고 본다."

-독자적인 SaaS 제품 외에 외부 SaaS 전문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조하고 있다.

"지란지교 B2B SaaS 전략은 모든 걸 혼자 다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국내 SaaS 업체들과도 적극 협력할 것이다. 챗봇 서비스인 채널톡, 화상회의 업체 플링크 등과는 이미 협력을 하고 있다. B2B SaaS는 모든 것을 혼자서 다할 수 없다. 협력을 통해 지란지교 제품들에 가져올 만한 외부 서비스들을 늘려 가면서 거꾸로 지란지교 제품을 외부에 제공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사업 기반을 두고 있는 비욘드시큐리티 창업자들과 국내 B2B 솔루션 회사들의 미국 진출을 지원할 전문 유통 업체 위-브릿지월드도 설립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B2B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B2B SaaS 기업들이 해외에 비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B2B SaaS 기업들이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도 점점 B2B SaaS 회사들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관련 업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인 지란지교와 지란지교소프트를 합병하면서 IPO 계획도 언급했다. 

"IPO 계획은 있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지란지교쇼프트가 B2B SaaS 중심 회사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 매출은 보다는 B2B SaaS 전문 업체로서의 체질을 강화하는데 무게를 둘 계획이다. 상장은 그 이후 추진할 것이다." 

◆오치영 대표는 누구?
오치영 지란지교 CDO는 국내 대표적인 1세대 소프트웨어 기업 경영자 중 하나다. 69년생으로 충남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나와 1994년 지란지교소프트를 창업했다. 1995년에 윈도 통신 프로그램 ‘잠들지않는시간’을 내놨고 1998년에는 쿨메신저를 공개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회사 경영이 위협받는 상황도 경험했다. IMF 몰고온 경제 한파 속에 2002년 코스닥 등록 실패와 구조조정, 그리고 미래를 위해 마련해둔 사옥도 매각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주력 솔루션이던 스팸메일 차단 제품이 일본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하는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2016년에는 보안 자회사인 지란지교시큐리티를 상장시켰고 공격적인 인수 합병(M&A) 전략으로 현재 지란지교 패밀리에 이름을 올린 회사는 30개에 육박하고 있다.

오치영 CDO는 지란지교가 성장을 이어가고 있던 지란지교 패밀리 대표에서 물러나 계열사 CEO들에 경영을 위임하고 자신은 해외 사업 대표와 지란지교 CDO 직책을 맡아 꿈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가 뿌리 내리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오치영 CDO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다양한 스타트업들에 멘토링을 제공하면서 다수 기업들에 투자도 진행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