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토대될 모빌리티 생태계 확보 절실
전기차 인프라·경제성·자율주행·정책 관건

유지수 전 국민대 총장
유지수 모빌리티퓨처포럼 의장

지난 한해는 스스로 하이에나에게 쫓겨 다니는 불쌍한 먹잇감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를 타도, 모임에 가도, 밥을 먹어도, 혹시 코로나의 갈퀴에 걸려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버티고 있다. 인간의 특출난 능력은 바로 적응력이다. 인류가 수십만 년간을 생존해 온 까닭은 바로 우리의 적응력 때문이다. 신축년도 인내와 희망을 품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해 나가야 하겠다.

세상이 어려워도 인간은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모빌리티 혁신이다. 모빌리티 뒤에는 인간의 창의력과 도전정신, 그리고 헌신적 노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우산 아래 모빌리티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인간은 수많은 전쟁을 치러 왔지만, 현대전에서 승리의 요인은 화력과 모빌리티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전쟁터에 전술적, 전략적 자원을 이동, 배치해서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느냐가 현대전에서 승리의 요인이 된 것이다.

비록 전쟁은 아니지만 현대사회에서 모빌리티는 바로 기업 승리의 요인이 되어 가고 있다. 기업이 가진 모빌리티 자원을 동원하여 인간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모빌리티는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포함한다. 차량은 물론 기차, 비행기, 선박, 드론(UAS) 등도 모빌리티의 주요 요소다. 이중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역시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공유차량이다.

특히 이동수단인 자동차는 과거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차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선전시에서 시험운행을 벌일 25대의 '로보택시' [사진: 오토X]
중국 선전시에서 시험운행 중인 오토X의 '로보택시' [사진: 오토X]


모빌리티 산업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앞으로 2020년대 중반 혹은 후반에 가면 중국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자율주행 로봇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싸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자율주행기술을 접목한 화물 운송트럭과 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 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자율주행 기술을 채택한다고 가장 앞서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맥킨지는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자율주행 측면에서 2년에서 3년 늦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율주행에서 정밀 지도가 중요한데 중국이라는 방대한 국가의 정밀 지도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이미지 수집과 분석에 있어서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인공지능(AI) 비전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따라서 중국이 수년 후에는 모빌리티에서 선도 국가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도전에 직면하여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전기차 시대 생존필수 조건

우선 모빌리티 수송수단의 주축이 될 전기차를 보자.

전기차는 기존의 내용 기관 자동차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 자동차 산업에서 경험이 없던 테슬라 같은 기업도 전기차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애플도 모빌리티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모빌리티 기업은 거대 중국 모빌리티기업, 그리고 이외에도 IT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서구의 진입자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가 관심이다.

전기차의 첫 번째 과제는 인프라 문제를 푸는 것이다. 

중국은 전기차 충전소가 이미 26만개를 넘어섰다. 어떻게 예산을 확보하여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할 것인가 하는 것은 바로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간 판매량은 수입차를 제외하면 160만대에서 170만대 정도에 머무른다. 반면 중국은 연 3000만대의 자동차가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과 같이 규모의 경제면에서 엄청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가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큰 고민거리이다.

작년기준으로 중국의 순수전기차는 400만대라고 한다. 이 자동차들이 AI 관련 이미지데이터를 수집한다고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힌다. 게다가 브랜드가 강한 애플, 벤츠, BMW가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때 과연 우리나라 기업의 모빌리티 생태계가 버틸 수 있을까도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테슬라 슈퍼차저 전기차 충전소 [사진: 테슬라]
테슬라 슈퍼차저 전기차 충전소 [사진: 테슬라]


또 하나의 과제는 전기차 경제성의 확보이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마진이 적다. 마진이 적은 제품일수록 규모의 경제가 더욱더 중요해진다. 많이 팔아야 기업이 적정이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생산 비용도 절감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 비용의 절감이다. 얼마 전 현대차그룹에서 E-GMP 플랫폼을 개발한 것은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 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을 만들어 전기차 개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전기차를 생산하려는 회사에 플랫폼을 판매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또한 애플과 같이 PC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회사가 현대차와 협의한다고 하는 것은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랫폼은 아웃소싱하고 자신의 강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경쟁 무기로 하여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전기차용 플랫폼이 시장에서 기반을 구축한다고 하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매우 다양한 모델과 차종이 시장에 출시될 것이다. 회사가 플랫폼은 아웃소싱 하여 각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맞추어 기발한 스타일과 실내디자인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은 결국 하나의 플랫폼에서 얼마나 다양한 모델과 차종을 만들고, 얼마나 사용자에게 감동을 주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다.

이는 과거의 내연기관에서는 매우 어려웠던 시도이다. 그러나 전기차에서는 가능하게 되었다. 플랫폼을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었던 플랫폼 투자 규모와 위험성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5년간 자율주행 기술에 8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액을 벤처캐피털과 외국 기업에서 받았다고 한다. 이런 기금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의 스타트업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죽순처럼 자라나고 있다.

실제로 위라이드(WeRide)라고 하는 스타트업도 버스회사와 주정부 지원을 받는 투자자로부터 약 33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은 자동차 센서, AI 칩, 신경망 모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임베디드 플랫폼에 신경망 모델을 처리할 때 정확성과 자원사용 최소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미지 처리의 정확성을 높이면 AI 칩의 자원을 많이 사용해야 하므로 처리 속도가 떨어지고, 정확성을 낮추면 AI 칩의 자원은 적게 쓰지만 사물확인의 정확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트레이드 오프 관계에 있는 두가지를 잘 맞춰 정확성과 스피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AI 칩 기술확보, 신경망 아키텍처 개발을 지원해야만 모빌리티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록 메모리 분야이기는 하지만 반도체 분야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이런 강점을 기반으로 AI 칩 개발에 더 투자할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나라의 정부가 천문학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이미지 수집에 규제를 하고 있지 않은 데 과연 우리 기업이 모빌리티 혁신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정부와 국회가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는 것은 더욱더 어렵게 될 것이다.

라이다를 탑재한 웨이모 자율주행차 [사진: 웨이모 블로그]
웨이모 자율주행차 [사진: 웨이모 블로그]


"역동적 생태계 육성책 시급" 

미국 비메모리 분야 설계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주도한 설계의 천재로 불리는 짐 켈러가 최근 '텐스토렌트'란 스타트업으로 옮겼다. 짐 켈러는 AMD, 애플, 인텔에서 반도체 설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텐스토렌트는 AI 칩에서 혁신적인 접근의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드높은 반도체 기술자가 조그마한 스타트업으로 간 것이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역동적인 그리고 살아있는 생태계를 통한 새로운 창조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역동적이며 끊임없이 변신하고 적응하는 모빌리티 생태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대개 규제는 기술을 뒤쫓아 가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서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 규제가 앞서 간다고들 개탄한다. 이래서는 혁신은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에 불과한 단어가 된다. 이런 규제 지상주의와 기업을 사악시 하는 분위기로는 모빌리티 생태계가 생겨날 수가 없다.

지원은 대폭 강화하고 규제는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적응력이 강한 국민이다. 성취욕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가가 조금만 환경을 조성하면 전 세계 최고의 모빌리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모빌리티 혁신이 성공하려면 중국이라는 골리앗과 싸울 수 있는 방패를 마련해 주어야 하며 역동적인 생태계가 자랄 수 있도록 비료를 뿌려 주어야 한다. 새해에는 정부와 국회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일조를 해 줬으면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