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리플리는 교육에 관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글을 기고하며 주목을 받는 미국의 언론인이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풍부한 자금으로 첨단 장비들을 갖추고 있지만 학생들의 지식 수준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자극 받아 개인적인 연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2000년 처음으로 시도된 피사(PISA)라는 국제학업성취도 비교연구에서 미국은 특히 수학 분야에서 중간정도의 성적을 받았는데, 자존심 상하게 한국은 상위권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치뤄진 피사 결과도 다르지않았다. 2018년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수학 성적은 일본에 1점 차이로 2등을 차지하였으나 미국은 OECD국가중 간신히 최하위를 면하는 결과를 보였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
김동철 공학박사

리플리는 언론인답게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생 3명을 선발해서 한국, 핀란드, 폴란드의 고등학교의 교환학생으로 보내서 체험을 통한 교육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돈도 많이 들고 과정도 어려운 이러한 글로벌한 프로젝트를 한국 사람이 했었다면 좋았겠지만, 한국을 포함한 연구를 누군가가 대신 해준셈이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탐사 보고서 격인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The Smartest Kids in the World, 2013)’라는 책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얼굴이 화끈거리는 내용들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국제 대회에서 매번 우수한 성적을 차지하는 한국 교육현장의 이면은 ‘압력밥솥’과 ‘다람쥐 쳇바퀴’ 같은 단어로 이야기 되면서 기쁨이 없는 배움으로 해석되었고, 따라서 대학 입학후에는 교육의 열정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사실 한국의 주입식 공교육은 무작정 암기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는 수학도 암기다. 어려운 미분과 적분을 배워서 어디에 쓰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학생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막상 암기를 해서 익혀야 하는 외국어는 문법만 암기하느라 실제로 외국어를 10년이 넘게 배워도 대화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고등학교는 대학을 가기 위한 프로세스일 뿐이다. 대학도 취직을 하기위한 프로세스일 뿐이다. 그러한 현실은 고등학생은 국제적 평가에서 상위권이지만 대학의 국제적 위상은 그렇지 않다는 결과로 알 수 있다.

공교육에서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이다. 핀란드의 사례는 선생님을 양성하고 처우를 달리하는 것에 있다. 선생님이 되는 과정은 무척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사범 대학 졸업생들의 30%만이 교생 실습을 갈 수 있고, 실습시에는 3명의 선생님으로부터 혹독한 멘토링을 받는다. 핀란드 선생님의 급여는 미국보다 35프로나 높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최우수 인력을 선생님으로 선발하고,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높은 성취를 존중한다. 또 다른 공교육 혁신의 사례는 폴란드인데, 세계대전 이후 낙후된 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등학교 기간을 1년 늘이는 시도를 했는데, 우려와는 반대로 학생들의 학습효과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기간을 1년 늘인다고 하면 어떨까? 학부모나 학생들의 반발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부모들과 학교생활이 행복하지 않은 학생들이 좌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많이 개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피사를 고안한 슈라이허는 2009년 설문에 부모에 관한 문항을 추가하여 성취도에 부모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결과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에 열심히 관여하는 것이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집에서 스스로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책을 읽어주는 경우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부모들은 치어리더형이라고 한다. 학교에 자주 와서 행사에 참여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반해 한국의 부모들은 코치에 가깝다. 엄격한 리더형으로 대화는 거의 없고 결과에 의존하는 스타일이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자라서 부모를 닮아간다.

우리나라는 공교육에 비해 과도하게 비대해진 사교육이 있다는 점도 다른 나라들과 다른 점이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미국학생이 처음으로 교실에서 마주한 것은 30프로의 학생들이 집처럼 편안한 수면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베게까지 베고 램수면을 즐기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었고, 선생님들은 그런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한 강의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활자화 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니 읽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사실인데 어쩌겠는가. 결국 사교육에 집중하느라 학교에서는 잠을 잘 수밖에 없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유쾌하지 않은 결말이다.

참고로 피사가 조사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평균이하이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조사에서도 학업성취도가 상위권이라고 자랑스레 여러 매체에서 발표했지만, 삶의 만족은 10점만점에 6.52점으로 OECD 평균 7.04점보다 낮았다. 모든 것이 입시에 맞춰져 있는 학교교육과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고르는 우리의 현실은, 학생개인에게는 행복의 포기이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OECD선진국 반열에 있지만 아직도 개발도상국 시절의 공교육 유전자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듯해서 안타까운 맘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외국어 하나쯤은 구사할 수 있게 된다면, 대학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공교육에서 많이 활약하는 변화도 바람직해 보인다. 대학과 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바뀌는 기본이 공교육의 혁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그 안에서 좀더 행복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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