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의 ESC 4.0 (2)

ESC 4.0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과학, 문화를 뜻한다. 우선 ESC라고 하면 생소하게 들릴 테고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나름 자기 방식으로 알아듣는 사람들도 있는데, 반응이 몇 가지 부류로 나뉜다.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ESC를 ESCape로 알아듣는 사람들이다. 컴퓨터 자판의 왼쪽 제일 위쪽에 우리가 거의 매일 접하는 글쇠가 ESC이다. 물론 그걸 이야기할 리는 만무하다.

두 번째는 좀 시사에 밝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ESG라고 알아듣고, 그게 요즘 기업 경영의 트렌드라며 맞장구를 친다. 기업 경영에서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의미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나 글로벌 대기업도 너나 할 것 없이 ESG를 경영의 키워드로 내세운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회장은 전 그룹 차원의 ESG 경영을 강조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적으로 ESG의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지난해 12월 열린 도쿄 포럼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환경문제에 이어 코로나 19까지 불러왔으며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 창출,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으로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시총 1위인 글로벌 기업 애플도 본격적인 ESG 경영에 나섰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2021년 4월 30일 기준으로 2조 1938억 달러(한화로 약 2462조원)다. 팀 쿡 CEO는 올초, 애플은 경영진 보너스를 결정할 때 ESG 경영 성과를 반영할 것이라며 탄소 배출량을 75% 줄이고 남은 25%는 탄소 제거 솔루션 개발로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근 분기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탄소중립을 가장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하튼 ESG가 기업 경영의 미래 키워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ESC는 ESG와 글자 한 자 차이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세 번째는 일부 과학기술계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혹시 ESC 단체하고 관계있나요?”라고 되묻는다. 과학기술계가 아니면 거의 알 수 없는 ESC라는 단체는 과학을 테마로 시민운동을 하는 비정부조직(NGO)이다.

최연구 과학문화컬럼니스트
최연구 과학문화컬럼니스트

 

보통의 과학기술인들은 사회참여 정도가 낮은 편이라 NGO 단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는데, ESC는 몇 안 되는 시민과학단체 중 하나다. 이 단체는 헌법의 과학 관련 조항의 개정도 요구했고 과학문화 활동도 하고 있는 신생 NGO 조직이다.

2016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해 약 4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ngineers & Scientists for Change, 약칭 ESC)’라는 이름의 단체다. ESC 홈페이지에는 “더 나은 과학과 더 나은 세상을 함께 추구한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이 단체의 선언문이 게시돼 있다.

첫째 우리는 과학기술의 합리적 사유 방식과 자유로운 문화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둘째 우리는 과학기술이 권력 집단이나 엘리트만의 소유가 아니라 시민의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과학기술 활동을 추진한다, 셋째 우리는 과학기술을 통해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동참한다 등을 활동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에서도 참여(Engaegment)가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는 작금의 트렌드에 부응하는 과학단체다. 위원회 구성이나 활동 내용을 보면 과학교육, 과학문화, 지구환경 등이 있는데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준비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조직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 과학, 문화라는 의미의 ESC 4.0과 큰 틀에서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까지 겹쳐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4차 산업혁명의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쉼 없이 가고 있다.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내걸었던 것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16년이었다.

다보스 포럼의 설립자이자 의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자신의 조국 독일의 제조업 혁신전략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을 차용해 4차 산업혁명을 공식화했다. 다보스 포럼은 1차부터 4차까지의 산업혁명의 과정을 친절하게 해설한다. 18세기 말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등장으로 인한 기계화 혁명, 19세기 2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 20세기 후반의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혁명, 2015년 이후의 4차 산업혁명은 CPS 기반의 만물초지능혁명으로 정의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적 산업혁명은 한 번뿐이지만, 산업혁명 진행과 발전과정에서 질적 변화와 진화를 거치면서 현재의 4차 산업혁명에 이른 것이다. 사회변화의 본질적 영역인 교육, 과학, 문화도 1차부터 4차까지의 산업혁명 발전과정에 따라 함께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가령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산업혁명 초창기, 이른바 3R(Reading, Writing, Arithmetic)을 기반으로 정립된 초창기 공교육 모델과 같을 수는 없다. 읽고 쓰고 셈하기 등 기본 소양을 가르치던 1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인공지능, 빅데이터에 대한 기본 개념 등을 가르쳐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흔히 현재 교육의 문제점은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들 한다. 산업구조가 변하고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 교육도, 과학기술 연구도, 문화도 거기에 걸맞게 변화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 트렌드에 맞는 교육, 과학, 문화가 어떤 건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출발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교육, 과학, 문화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공진화(co-evolution)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따로, 과학 따로, 문화 따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과학, 문화를 삼위일체로 이해해야만 한다. 요컨대 ESC 4.0는 이 세 가지 요소를 하나의 전체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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