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축적보다 공유의 선도가 힘을 가질 것
"데이터 정확성과 가치 보장, 위험성 줄이는 새 제도 필요"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연구위원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연구위원. 

흔히 데이터가 권력이라고 한다. 권력이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니 이 말은 데이터가 사람의 판단과 행동을 좌우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이용자가 선택하는 콘텐츠의 80% 정도는 인공지능(AI)이 추천한 것이라고 한다.

정부와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현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도입한 조직 비율이 영국과 독일은 69%, 미국은 77%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아직 40% 이하에 머문 나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증가 속도가 빨라 조만간 사람보다 데이터에 의존하는 의사 결정이 주류가 될 것이다.

여러 연구가 밝혀 냈듯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보다 데이터의 결정을 더 따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일반화 되면 데이터 세상의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그럼 이 데이터 세상은 누가 지배하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가장 먼저 데이터 세상을 지배한 것은 국가 권력이었다. 역사 속의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예컨대 인구조사나 지도, 토지대장, 납세기록은 국가의 힘과 조직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 민간의 데이터가 빠르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영향력 측면에서 국가와 공공부문의 데이터를 넘어서지 못했다. 많은 중요 데이터들이 국가와 국가의 허가를 받은 소수의 민간만이 접근할 수 있는 국가 독점 자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를 비롯해 국가안보, 공정경쟁 등 다양한 이유가 작용했다.

최근에는 국가의 데이터 통제력이 약화되자 이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눈에 띤다. 러시아는 2015년 자국민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을 금지했다. 소중한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막으려는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선량한 해석'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누가 봐도 국가의 데이터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조치였다. 2011년부터 반정부 시위로 곤혹을 치른 러시아 정부는 시위대가 사용하는 해외 사회관계망(SNS) 서비스를 국가 데이터 권력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인식했다.

이를 막기 위해 외국의 서비스도 이용자 데이터는 러시아 영토에 두도록 한 것이다. 2016년 이후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의 뒤를 이으면서 소위 '데이터 지역화'(data localization)는 국가의 데이터 권력을 지키는 보루가 됐다.

하지만 시대는 바뀐다. 2010년을 전후해 정보화 시대가 데이터 시대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데이터 기업들이 국가 권력에 버금가는 힘을 갖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가 '관리의 수단'에서 '생산의 수단'으로, 역할이 확장된 것이다. 이미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해서 새로운 정보를 얻고 AI까지 만들 수 있으니 데이터를 많이 가진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국가는 이런 기업의 힘을 통제하려 했지만 데이터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오히려 국가가 민간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구글의 지도 플랫폼,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페이스북의 소통채널을 민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부와 지자체가 활용하고 있는 점은 데이터 권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미국의 유전자 분석 스타트업인 23앤미(23andME)는 소기업도 데이터 세계를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06년 설립돼 1200만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축적한 이 회사는 300여개 항목의 세밀한 개인정보도 수집했다.

보통은 건강 문제가 있는 고객의 유전자에서 이상한 부분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지만 이 기업은 특정 약이 작용하는 유전자를 먼저 선택한 후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 이런 유전자를 보유한 고객들이 어떤 건강 문제가 있는지 거꾸로 추적한다. 

데이터 시대의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데이터가 힘이 되는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데이터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지금까지 축적한 데이터의 양은 얼마든지 추월당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데이터의 양보다 데이터 간의 연계가 더 중요해진다. 다양한 데이터를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연결해 활용할 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나 지능 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23앤미(23andME)가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요인은 많은 데이터를 축적했기 때문이 아니라 유전자 정보와 함께 300여 가지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데이터 권력은 데이터 연계를 주도하는 자가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은 국가일 수 있고 기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데이터를 가지고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데이터를 이어주는 역할 속에서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특징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메타 데이터, 즉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일이다. 인터넷 시대를 거치면서 여러 정보들을 연결하고 구조화하는 포털의 힘을 익히 경험했다.

마찬가지로 데이터 시대도 데이터의 공유를 선도하는 조직이 주도권을 가질 것이다. 다만 인터넷 포털은 연결성만으로 충분했지만 데이터 연계는 내용과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차이가 있다. 각종 데이터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전문성을 축적해야 가능한 일이다.

데이터의 신뢰를 보장하는 일도 데이터 권력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데이터가 연결되려면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위험을 방지하거나 분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데이터 신뢰의 중요성을 깨닫고 각국 정부가 관련 정책을 열심히 개발 중이지만 정부의 힘만으로 그 많은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관리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자본주의가 은행, 보험, 증권 같은 금융 제도를 발전시켰듯이 데이터 시대도 데이터의 정확성과 가치를 보장하고 위험성을 줄여주는 새로운 제도를 필요로 한다. 이를 선도하는 기업, 도시, 나라가 데이터 시대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디가 데이터 시대의 월스트리트가 될까.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연구위원은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기획단장, 국가정보화기획본부장, 정부3.0지원센터장, 빅데이터센터장 등을 역임한 데이터 전문가다.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 , 부산 스마트시티 총괄계획가(MP)를 맡아 활약했으며 새로운 데이터 시대의 국가 전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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