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카카오엔터 법무실장 겸 불법유통대응TF 팀장
"업계 최초 불법유통 대응 백서 발간...정기적으로 출시할 계획"

이호준 카카오엔터 법무실장 [사진:카카오엔터]
이호준 카카오엔터 법무실장 [사진:카카오엔터]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웹툰 산업이 불법 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업이 성장하는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이라고 치기에는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어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카카오엔터테인트먼트가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이호준 카카오엔터 법무실장 겸 불법유통대응TF 팀장은 “현재 드러난 불법 유통의 피해 규모는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실제 산업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피해 규모는 합법 시장의 10배 이상이다.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작년(2021년)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으며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는 약 7조원으로 추정된다.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에서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시장 현황을 고려할때 이는 아주 보수적으로 추산한 최소치다. 이에 불법 유통의 피해 규모 역시 최소 70조원 이상이라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최근 웹툰은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떠올랐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집에서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웹툰, OTT 등의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웹툰 IP를 바탕으로 한 영화, 드라마 등이 글로벌 인기를 얻으며 원천 IP로 불리는 웹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웹툰이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전역으로 불법유통되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창작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공들여 만든 작품이 불법으로 유통되면서 작가들의 창작 의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호준 실장은 “웹툰이 플랫폼에 공개되면 불과 30분 만에 불법유통 사이트에 풀리기 시작한다. 경제적 피해도 있지만 작가의 창작 동기가 꺾이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공들여 만든 작품이 불법사이트의 낚시성 상품으로 사용되는 일로 인해 낙심하는 작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이 공개되는 동시에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보고 많은 작가들이 실망과 허탈함을 느낀다”며 “해외에서 불법유통된 웹툰 작품을 보고 인스타그램 등 SNS로 팬이라고 연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카카오엔터는 지난 2019년부터 불법유통에 관심을 가져오다가 지난해 11월 ‘불법유통대응TF’팀을 구축했다. 웹툰이 한류 콘텐츠로 성장하고 글로벌 진출의 핵심축이 된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불법유통 문제를 더는 좌시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엔터 글로벌 불법유통 TF 성과 [사진:카카오엔터]
카카오엔터 글로벌 불법유통 TF 성과 [사진:카카오엔터]

현재 불법유통대응TF팀은 이호준 실장을 포함해 총 5명이다. 영어, 중국어, 인도네시아 등 각 언어의 전문가들이 언어권별로 불법유통되는 작품들을 일일이 검토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영어권을 살핀다면 미국부터 영국, 필리핀 등 영어로 대응이 가능한 나라들을 모두 살피는 것이다. 향후 프랑스어, 태국어, 스페인어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런 노력으로 불법유통TF팀은 지난 5개월간 800여개의 주요작품을 대상으로 약 225만건의 불법유통물을 적발하고 검색차단 키워드 2000건을 등록하는 성과를 냈다. 이 불법유통 피해액은 265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또한 최소로 산정한 수치다.

불법유통대응TF팀은 지난 7일 불법유통 대응 결과와 향후 계획을 담은 백서를 업계 최초로 발간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저작권 단체, 국내외 수사 기관·행정 기관과 공조를 이루기 위해서다. 향후 정기적으로 백서를 계속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호준 실장은 “눈에 뻔히 보이는데 불법유통을 왜 못 잡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며 “저작권 범죄는 국내 수사 순위에서도 밀리는 편이다. 또한 대부분의 불법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 국제 공조수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수사 순위가 밀리는 등의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불법유통의 피해는 카카오엔터 뿐만 아니다. 네이버, 리디, 탑코, 키다리 등 웹툰을 서비스하는 플랫폼 모두가 겪는 고충이다. 이어 카카오엔터는 지난 2020년 타 웹툰 플랫폼 회사들과 함께 웹툰불법유통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실장은 “불법유통 문제의 심각성은 저희 외에 타회사들도 인지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제도적, 현실적인 한계가 많아 대응을 못 하다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해 협의체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카카오를 중심으로 지난 2020년 10월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이하 웹대협)가 설립됐다. 카카오, 네이버, 리디, 레진, 탑코, 투믹스, 키다리, 원스토어 등 8개 회사가 합심해 웹툰 불법유통 대응 업무를 같이 공조하고자 설립한 것. 서로 경쟁자임에도 이렇게 협업하게 된 배경에 불법유통의 심각성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콘텐츠진흥원, 문체부 등 콘텐츠 관련 정부 부처와 업계가 어떻게 대응할까 같이 공조해서 논의도 하고 있다”며 “조만간 조금 더 발전된 형태로 불법유통 관련 업무를 정부부처와 같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장의 성과는 없겠지만 문화 산업의 토양을 계속 기름지게 만들어 제반 생태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며 “지속해서 정부, 업계, 작가 모두가 노력한다면 불법유통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생겨날 것. 언젠가는 불법유통이 성행하지 않는 시기가 오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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