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이후 최저치 찍은 영국 파운드화 가치[사진: 연합뉴스]
1971년 이후 최저치 찍은 영국 파운드화 가치[사진: 연합뉴스]

영국 금융시장이 미 달러화 초강세와 리즈 트러스 정부의 감세 정책에 휘청거리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 급락으로 역사적인 지지선인 '1파운드=1달러'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영국 국채 금리가 이탈리아와 그리스와 같은 '부채 과다' 국가들의 금리를 웃도는 '망신살'까지 뻗쳤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로 장중 5%가량 급락해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까지 내렸다. 이후 1.07달러까지 반등했으나 파운드화를 둘러싼 우려는 가시지 못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이날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자 금융시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날 성명으로 BOE가 비상회의를 열고 금리를 긴급 인상할 것이란 추측이 무산된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은 성명의 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당장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의 전략가들은 파운드화의 연말 환율 전망치를 0.975달러로 낮추면서 11월 말에 1달러 선이 깨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이전에 파운드화 가치의 역대 최저 기록이 1985년 2월 26일의 1.0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1파운드=1달러' 선이 깨진다는 것은 그동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앞서 유로화도 지난 7월 '1유로=1달러' 선이 20년 만에 무너진 바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도 연말 파운드화 환율 전망치를 1달러로 하향 조정, '1파운드=1달러' 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화는 이미 달러화 강세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영국 무역적자가 악화하는 데다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러스 새 내각의 대규모 감세정책이 파운드화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감세로 재정적자·국가채무가 늘어나고 인플레이션도 한층 강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의 이런 경기부양책은 물가를 잡으려는 BOE의 통화정책과 충돌하는데, 이로 인해 BOE가 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또 영국 국가채무 확대로 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는 국채 가격 하락세로 이어졌다.

이날 영국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4.603%까지 치솟아 세계 금융위기였던 2008년 9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즉,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금리는 오른다.

특히 이는 4%를 근소히 밑도는 이탈리아, 그리스의 국채 5년물 금리를 추월한 것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이탈리아·그리스는 2010년대 초반 유럽 부채 위기 당시 대표적인 재정위기 국가들을 가리키는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에 속한다.

높은 국가채무 비율로 인해 통상 국채 금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최고 수준인 이 두 나라보다 영국 국채 금리가 더 높아진 것은 영국의 국가부도 위험이 더 크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은 셈이다.

단, 국채 10년물 금리는 영국이 이탈리아, 그리스보다 여전히 낮지만 그 격차가 최근 수일 사이 크게 좁혀졌다고 WSJ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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